병원 실습 들어갔음, 이런저런 생각. 가끔은 특이한 날


 1. 병원 실습 들어갔다.
     의사가 되는 과정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병원 실습은 이제 갓 수정해서 착상에 이른 정도? ㄱ-;;;
     요걸 인간으로 봐야 하나, 인간 전 단계로 봐야 하나...
     마찬가지로 요걸 의사로 봐야 하나, 의사 전 단계로 봐야 하나 참 애매한 단계. (사실 의사전이긴 하다;)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저 뺀질거림만 갈수록 늘어나는 단계.

     꿈에도 그리던 병원 실습이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2. 최근들어 내 화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이다.
     그렇다면 직업적인 면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가 문제.

     천성이 외과 계열이다, 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병원 일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 피 튀고 살 자르고, 의 잔인함이 아니라, 병을 치유하면서 의외로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환자와 만난다는 것의 기본 전제는, 과연 '환'자, 인 것일까 아니면 환'자'인 것일까? 상대를 '아픈' 사람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아픈 '사람'으로 봐야 할지. 그 점은 참으로 구분하기가 어렵고, 더더욱 몇몇 과들은 그런 점이 도드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 의외로 나는 법의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구제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이제 겨우 실습 6주차면서 고민하고 있다는,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 이것은 수정란이 자궁 속을 떠돌면서 "나는 태어나서 3주 6일 5시간만에 엄마라고 말하고야 말겠다" 뭐 이딴 생각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핫핫.
     (일단 국시나 통과해, 라는 게 대다수 선배들의 조언이라는 게 또 한 번 슬퍼진다.....)
     (그 다음 조언은 인턴하면 결정될거야...가 있던가.)

 3. 사실 난 의대 체제에서 선배들과의 접점이 참으로 좋았더란다. 조대 의전 1기로 들어와서, 위의 의학과 선배들은 2년 동안 받지 못했던 후배를 받아들이면서 참 우리를 많이 참아주셨(..^^;;)고, 다른 선배들도 어지간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후배로 많이 받아주셨다.
    
     그러나 의전은, 어쩔 수 없는 걸까. 이게 예과 2년의 알콜성 마취로 인한 세뇌 유도 과정이 없었기 때문인건지 진정 궁금해지긴 한다. 어째서 의전들은 이렇게 선후배 관계를 개떡으로 아는 건지. 내가 선배에게 받은 만큼, 후배들 역시 선배들에게 안내하고 훈련 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동아리 집도식은, 의전 1~4기랍시고 홀랑 1시간 거리의 펜션으로 야유회를 겸해 떠나버렸다. 나는 집도식 때 OB 선배들께서 장미꽃 사주시면서, 참 예뻐라 이런저런 이야기 해 주시고 했었건만, 지금 1학년들은? 물론 본과 2/3/4학년 선배들과 함께 했으니 충분할 수도 있다.. 라고 나는 생각치 않는다. 오래된 동아리의 힘을 이딴식으로 낭비했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즐겁다고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거면 그냥 친목 모임으로 가야지, 동아리로 가는 게 아니라. 뭣하리 동아리 예산을 끌어다가 OB 한분도 안 모시고 홀랑 즐기고 오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또 분위기를 깼다느니, 서로 편하게 즐기자느니, 재미없었냐느니, 하는 전혀 논점에 어긋난 공격성 대답만 들어온다는 데에서, 지쳤다. 이따금 내 어리석음과 과거를 후회하는 일은, 과거 수능을 봤을 때 분명 그 점수면 조선대 의대는 들어왔었다는 거다. 그랬으면 지금 의전원 생들을 죄다 까버렸을 거다. 그래도 OB였으면, 나이 많았으면, 또 아무 말도 못하고 앞에서는 재롱 떨면서 아부하고 뒤에서 뒷담이나 까댔을 역겨운 위선자들.

 4. 문제는 그거다. 의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의식'이 없다는 거다.
     선후배간의, 동아리의, 어떤 모임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딴 것은 하나도 없이 제 돈 낸 것 본전 뽑으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께서 '돈독 오른 의전'이라 부르시는 걸, 의전이나 (심지어 교수님/선배님 당사자들조차) 오직 전문의/전공의 때의 연봉 계산으로 착각하시는 듯 한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큰 의식적 배경이 있다고 판단한다. ..거지 근성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매우 독특한 전문직이다. 한 생명에 대한 전적인 판단과 지식을 훈련받은 직종은 달리 없을 것이다. 수술, 약, 투약기간, 시간, 움직임, 사람의 자유나 때로는 선택권에 대한 협박까지 일삼으면서 의사들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주체가 된다. 그것이 수술실이든, 진료실이든. 그를 위해 지식은 물론이요, 술기를 쌓아야 하기에 이 직업은 정말 쉽지 않은 직업이다.
   
      물론 의예/의학과에서도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을 지 모른다. (실제 꽤 이기적인 선배들도 만나서 학을 떼기도 했고...) 하지만 의전에서는 그 %가 유독 더 도드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주인의식의 부재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당위성과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마치 갓 해방된 노예가 주인 의자를 차지하고 거들먹거리듯이 "그 전의 전통은 다 구려" "씨발 나이가 우선이지" "사회를 겪어본 만큼 우리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라느니 하면서, 막상 주인 의식을 갖고 전통을 올바른 방식으로 고치고 합리화시킨다던가, 선배들의 나이가 아닌 속-그 힘든 과정을 먼저 통과했다는- 을 본다던가, 의대 사회에 있어서는 그들이 더 많이 겪어왔다는 것 등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가 막 굴러떨어진 (시대의 어긋난 미친 정책이지만 나 역시 혜택을 본 의전이라는 미친 제도의) 이득에 달라붙어서 할짝거리고만 있다.

 5. 실습 초기 법의학을 뛰고 난 후 - 오늘 PA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정확히는 이 의료제도가 어디에서부터 손댄다면.. 그야말로 알렉산더 대왕이 엉크러진 실타래를 잘라버리듯 과감하고 유혈적이고 난폭하고 혁명적인 (어쩌면 폭동적인?)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엔. 하지만 그게 싫다면 어쨌든 문제화하고 토론을 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 외과 실습을 (외부 병원이지만) 처음 뛰면서 PA를 겪었다. 수술 어시스트를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니, 일선에서 PA들에 대한 옹호글을 올리는 건 이해는 갔다. 하지만 그게 PA 제도의 합법화와 광역화로 이어지는 걸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PA를 훈련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도 하고. 그렇다면 대체 왜, PA를 굳이 더 훈련시켜야 한단 말인가? 그 옹호 논리가 전공의 Vs PA 의 몸값 때문이란 경제적 논리 밖에 없다면, 과연 의사들이 될 의대 학생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옳단 말인가?

 6. 같이 실습하던 학생들과 PA 샘의 능숙함에 감탄하다가, 그래도 PA를 줄여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 자릴 그럼 누가 메꾸냔다. 전문의 쌤이 있지 않냐고 했더니 누가 그 비싼 전문의를 쓰냔다. 미래 우리 일자리라고 했더니, 그들이 날 비웃으며 이야기한다. 병원에서 그런 이야기하면 PA들이 날 찬밥 취급 할 거라고.

    내가 간호대 실습을 뛰는 중인가? 아니면 같이 뛰던 학생들이 모두 로얄 내지는 진성골이라 아버지 병원을 물려받으며 PA도 같이 물려받기로 되어 있던가? 그들이 웃으면서 덧붙인 이야기는 더더욱 가관이다. 학교 ENT에서 어떤 PA는 교수님들도 못 건드리는 여자가 있다고. 그게 웃으면서 할 이야기인가? 저들은 그 교수님들을 같이 비웃기에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건가? 이제 겨우 본과 3학년, 2년 후에 그 PA들 아래에서 굴려먹어도 좋다는 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턴을 하고 레지던트를 하려는 건가?

     다시 말하지만 의사는 전문직이다. 사람의 생사 여탈을 결정해야만 하는. 이 선택권을 위해 우리는 피똥과 디스크를 싸질러가면서 공부하고 있고, 지금 실습 와중에도 똥오줌 받아가면서 병실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겪고, 하나라도 더 선배들께 전해들어야 나중에 내 손에 올 환자를 구할 수 있기에.
    그 선택의 상황에는 간호사도, PA도, 동료도, 선배도 없을 것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 의당 그러하듯이 오직 '나'라고 완성된 의사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은 오직 '나'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7. 옳게 살고 싶다는 욕구는 늘 내 삶을 괴롭힌다.

     옳게 살고, 옳게 해내고 싶은 건.. 내 행복과 연결되는 걸까.

     나는 어떤 의사 짓을 해야 내가 원하는 의사가 될 수 있을까.

2012. 04.23
답을 구하고 싶다.

다이어트 따위 실패해보라고 있는 거다. 가끔은 특이한 날


  이번 방학은 꽤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헬쓰장에 띄엄띄엄 꾸준히, 라는 업적을 달성했으며 수영도 끊어서 기초반은 정말 열심히 들었고, 다이어트 도시락도 먹어봤고.
 그 성과는 없지만. ㄱ-;; 

 1. 헬쓰장 :
    본래 3월 1일 마라톤을 하려고 했는데, 2월 초에 운동에 치여 허덕거리던 기간 동안에 그만 등록 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ㄱ-;; 생각해보니까 잘 된 것이, 어차피 3월 2일에 시험을 보니까, 그 전날 아무리 5km에 아침 시합이라고는 해도 조금 무리였던 것 같다...라고 자기 위안 중.
    하지만 역시 '마음가짐'은 다른 것 같다. 뭔가 목표가 뚜렷하게 "5km 45분 내 주파!"였던 것이 에헤라..디야..응야.. 가 되어 버렸으니, 등록 마감일 이전에는 주당 "4일 이상"은 나갔던 헬쓰장에 이제 주당 1,2일 정도 나가고 그것도 운동량이 대거 줄었다. 5월 중순의 마라톤을 찾아서, 이번에는 아예 빡세게 10km를 목표로 세워야 하나, 아니면 노멀하게 30분 내내 조깅이 가능하도록 (아직까진 경보에 조깅 5,6분 섞는 정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중.

 2. 수영장 :
     ..나 내가 물 이렇게 좋아하나? 하면서 조금 놀란 중이다. 2월 월수금 수강 기간 중 빠진 건 사흘인데, 그 사흘도 내가 물에 들어가면 나일강의 저주가 발생하는 마법 때문. (..제길;; 내 수강료..;; 아 진짜 여자 생리 할인은 적용 필요한 거 아냐?) 
     웃긴 게, 친구들 보러 서울 올라갔다가 일요일 밤 10시에 광주 도착했어도 다음 날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수영 나갔지, 어젯밤 책 읽는다고 밤 샜다가도 6시에 꾸물적 수영복 챙겨서 수영나갔지... 나 왜 이렇게 수영장 잘 나가지?;;; 뭔가 이렇게 등록하고 자발적으로 몸이 이끌려 나간 경험은 처음이라 스스로 대견. 쓰다듬쓰다듬 중.
     오늘은 혼자 몰래 물에 뜨나 시험해봤다. 자유영은 연습 조금 하면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 이 몸도 뜨는 구나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귀에 물이 하도 들어가서 조금 무서운 수영. 

 3. 다이어트 도시락 (하루 2식) 주문 :
     쿠팡에서 할인하기에 한번 신청해봤다. 방학한 이래 제일 뼈저리게 느낀 게, 식사 문제였다. 아, 진짜.. 하루 3끼 밥 챙겨먹는 게, 메뉴 짜는 것에서부터 장 봐 놓고 반찬 상하지 않게 제때제때 먹고 하는 게 너무 손이 가고 이제는 귀찮은 거다. 게다가 난 입이 짧은 편이라 ㄱ-; 같은 식사를 3끼 이상 먹으면 아예 그 다음에는 굶어버린다. ㄱ-;; 식사 양은 절대 많지 않지만, 자취생 특성으로 인한 편식에, 제때 안 챙겨먹고, 그러다보면 가끔 폭식까지 하니까 이 식습관으로는 살 빼기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래서 하루 2끼 도시락으로 신청.
      1주, 하루 2끼, 월~금. 총 10끼의 도시락이 배달되었는데 요금은 63500. ㅠ-ㅠ;
      첫날은 괜찮았다. 단호박 호밀빵 샌드위치였는데, 단호박의 식감이랑 아보카도가 잘 어우러지는 게 정말 맛있더라. 점심은 야채 구이들이었는데, 양파 반통이 통째로 구웠다고 들어간 것 빼곤 맛있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다양한 야채를 먹으니까 마음이 확 놓였다. ...고기님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주시긴 하지만 그래도 야채님은 장 청소랑 피부 청소 해 주시는 메이드사마인걸.
      그런데 둘째날부터 순 풀덩이(..아니 뭘 기대한 거야?;;)만 왔다. 나쁘..지는 않은데 좋지도 않은. 치커리가 10번 중 총 5번 정도 들어갔고, 닭가슴살 야채 볶음 도시락은 2번, 연어는 한번 (연어느님 샐러드!ㅠ-ㅠ;). 뭐랄까, 첫날처럼 좀 다양한 야채라면 불만이 없겠는데 한끼 6350원 들여서 먹는 것 치고는 좀 비싸단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 물론 아침,점심이 배달되어 와서 편한 거랑 시간 절약이란 부가 가치 생각하면 그럭저럭, 이란 느낌도 들지만...연장하려고 한다면 아예 한달 단위 메뉴를 본 후에 결정하고 싶은 느낌? 좀 더 다양하다면 모를까, 이번 한주 처럼의 다소 단조로운 샐러드 도시락은..돈 아깝지. 차라리 피자헛 등에서 샐러드 포장해서 하루 2끼로 나눠 먹으면 더 다양할 것 같다.
      그래서 제 점수는 68점. 미묘하게 나쁨.

 4. 총괄 다이어트 평 :
     결국, (수영으로 인한 다이어트 효과는 의외로 미비 + 헬쓰장 운동의 효과 없음) * 엉망인 식단으로 인해 1월과 2월 초순까지는 체중 감소 효과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식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인데... 풀떼기 도시락을 먹었더니 결론은 한 번에 큰 돈을 들여 대거 식재료를 사다놓은 후, 풀만 새로 공급해서 식단을 유지한다면 지금 도시락 체재를 자가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 밥 차려 먹기 귀찮다는 문제가.
     배부른 소리, 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살림 따위에 신경 쏟고 싶지 않다. 어차피 예쁘게 집 꾸며봤자 ASKY.
     그렇다면 나를 꾸민다면 어떨까? 나! 꾸! 며! 그럼 생길지도.(....?-_-) 그렇다면 그나마 가능성있는 후자쪽에 전력 투구 하는게 당연지사.

2012.2.24.
마음의 갈피를 잃은 나는 한마리의 초식상어.

2012. 2.16. 새벽, 한상(寒想)


 마음이 무겁다. 좀처럼 없는 일.. 이라곤 못하지. 진흙탕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기분, 사실 하루 이틀 느끼는 게 아니다. 기이하게도 이 기분은 관계 신문들을 볼 때에 더더욱 깊어진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모순적이게도, 이 일에 관련된 교수님들을 통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개업의만의 일이 아니라 이 의료 현장 자체가 점점 절망적으로 빠져가고 있는데, 막상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마음'이며 '성의'에 불과하니까.

 '마음', '성의'... 좋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지.
 
  그게 가장 큰 문제다. 내가 말하는 건 잘 먹고 잘 사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끝까지 붙들고 살 수 있느냐의 문제다. 개업을 하든, 아니면 어디 취직을 하든. 하지만 취직 자리는 PA에 빼앗기고 숱한 전문의 선생님들이 무급 펠로우라도 자처하며 기술을 배우려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낮은 수가에 점점 불합리해져가는 의료 현장의 이야기들을 들을 때에는 숨이 턱턱 막힌다.

  어느 모임을 가든 '어느 과를 할 것인가'는 선후배간의 주요 이슈가 되곤 한다. 어느 과는 어떻고, 저 과는 어떻고. 이미 외소산흉(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는 가는 놈이 등신 같지만 멋있어, 라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집안이 되나보지? 라는 비아냥도 섞인 감탄도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일선에서 가장 중요한 4개 과를, 레지던트를 하는 것조차 이 나라에서는 불합리한 일이 되어버렸다. 제도 자체가 비비 꼬인 것이다. 그게 공급과 수요의 문제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길을 그런 식으로 타의에 의해 제껴져 가다보면,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혀온다. 늪에 빠져버린 것처럼. 그래서 코로 물컹거리며 숨을 못 쉬게하는 것이 꿀렁꿀렁 들어오는 것처럼. 이건 저래서, 저건 저래서, 요건 니가 여자라서, 저건 니 나이가 많으니까... 그런 외부적인 환경에 학기당 천만원씩의 대출을 고스란히 지고, 그 이자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가정 상황이 점점 내 등을 짓누른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 수 있다면, 만약 나한테 대출이 없다면 어떻게든 해버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일생을 걸고 빚을 져버린 이상.. 그 세분화 선택에 있어서의 최소한의 생계 걱정이라는 건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마치 헌터 카드를 손에 넣은 기분이다. 손에 넣으면 다들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알고보니 념이라던지 뭔가를 더 익혔어야 했고, 파견되어야 하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 직종이었던 거다. 점점 더 큰 힘을 요구하게 되는 그야말로 경쟁의 사회. (그러고보니 거기에서 헌터 카드 팔아서 의대 간다던 녀석, 결국 어떻게 되었더라...  ..18 엿으로 보지 마 의대 공부가 얼마나  지랄맞게 힘든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돌아와보니, 나에게 선택 사항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욕심을 버리고 산다면 좋겠는데, 대출을 다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최소한 어머니께 할 도리는 한 후에 내가 살고 싶은 방향대로 살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 경로에는 어디에도 소위 '평범'한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누군가와 연애하고 섹스해보고, 결혼까지 갔다가 하게 되던가 안 하게 되던가. 지독히, 외롭다. 누군가와 삶을 부대끼며 살아보고 싶지만, 내 성질상 그것은 어려운 일일 거고... 아마 쭉 그렇게 살아왔듯 나는 내 삶의 무게에 허덕거리고, 남에게 그것을 지우게 될까 두려워하며 쭉 혼자 살게 될 것을...

 오늘밤 깨달았다.
 그래서 너무나 추운 새벽, 두서없는 글.

2012.02.15.
밤은 지났지만 달은 뜨지 않는구나, 그믐이여.

방학, 재도전, 방황, 새도전. 가끔은 특이한 날


 벌써 몇 번째의 방학인지 모르겠군요. (먼산)
 어쩌다보니 원하는 공부는 하게 되었는데, 시간은 훌쩍 지나가 이런저런 가림막을 제공해주는 듯 합니다. 자, 이 길은 이제 닫혔어. 좀 더 일찍 왔어야지, 하는 (마음의) 소리를 참 많이 들은 듯 합니다..

 그래도 또 1년을, 무사히 잘 넘기고 왔습니다. (재시는 하나 걸렸지만..-_ㅜ)

 생각치도 않게 시험 준비를 해야 하게 생겼지만, 일단 이번 방학에는 단 하나의 목표에 올인을 해 보려 합니다. 제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관심이 없던 일.

 다.이.어.트.

 ...살 빠지면 좋겠다,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살을 빼려 합니다. 제 아름다움을 폭발시켜 보려 합니다. 팜므 파탈이 되어버릴 거예요. 아니, 진심이에요.

 한번 살이니 제 게으름 같은 거, 제가 저에게 주던 변명 같은 거 집어치운 저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완벽을 추구함이야말로 자기를 자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고....

 글쎄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방학, 모든 걸 젖혀놓은 채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몸이 제 통제 하에 뜻대로 움직이던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에 최대한 근접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져서요. 운동 신경이 꽤 있는 편이지만, 몇 년 째 앉아 공부하고, 허리 디스크 생겼다 수술하고, 살은 디룩디룩 찌고, 하는 와중이 되어버리니 운동 신경과는 무관하게 근육이 부족하고 훈련이 안 된 상태가 되어버리더군요.

 그리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고.

 서브 인턴이나 다른공부하고 싶은 게 많지만, 이번 방학에는 정말 딱 운동 하나를 최선의 목표로 둘까 생각중입니다.

 사실 그 계기가 된 게 저번 마라톤 도전이었어요. 5km 정도야 할 수 있겠지, 사실 최근 1년 동안은 (최근 3개월은 제외하고..ㄱ-;;;; 지옥같은 4큐..ㄱ-;;) 헬쓰장을 꾸준히 나가서 그 정도 한시간 주파는 가능하지않갔삼? 했는데 헐.;; 헬쓰장에서 실제 5km을 염두에 두고 운동을 하니..엄청 못하겠더라고요.;; 30분 런닝 머신 위에서 하는 게 고작 1.5km였다니..하면서 5km를 따라잡으려 애쓰다보니, 그제야 제가 얼마나 운동을 설렁설렁 했는지, 제 게으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은근히 자만해버린 거죠.

 이번에도 목표는 5km.. 내지는 1월 한 달 운동해본 이후, 기록을 봐서 10km에 도전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3월 1일 마라톤 있다는 거 벌써 체크해뒀습죠. 훗훗.-_-v  마라톤 하다가 목표치만큼 살이 빠지면 좋겠는데, 그게 안된다면 1월 중순부터는 좀 더 빡세게 수영을 병행하던가 해 볼 생각입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얼마나 설거우며 자기에게 너그러운 존재인 걸까요.. 저 자신에게는 좀 더 빡빡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자 다음 한 해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자, 연말 반성 착실히 잘 하시고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는 좀 더 알차고 뜨거운 한 해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뵈어요!!!

아호. 생존 신고, 생존 신고, 생존 신고. 얼렁뚱땅잡담


1.  아직 안 죽었어요.
    아직 안 죽었다고요.
    곧 죽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안 죽었어요.

    ...곧 죽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안 죽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엉엉.
    (곧 소화기 시험)

 2. 요새 즐겨보는 드라마는 뿌리깊은 나무.

     ...하아. 좋고나.
     전 다른 건 몰라도, 강채윤이라는 이름도 좋고, 똘복이라는 이름도 좋고,
     똘복이나 '내가 똘복이다-!!!' 하면 진-짜- 좋아서 ㄱ-;; 방방 뛰고 있습니다.

     본방 사수까지는 무리지만 애쓰고 있어요...

 3. 어찌어찌 소문으로만 듣고 있던 '짝'
     ...'모태 솔로' 특집이래서 보고 있는데..

     ...제 눈에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닐 거예요.
     제 입가에 흐르는 것이 어딘지 모를 공감의 미소가 아닌 것처럼.

     모르겠어요, 대체 뭘까.;;;
     안 놀아봐서, 는 아닌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사람 대하는 것에 대해서 겁을 내는 게 있어요.;; 이걸 잘못하면 어쩌지, 저걸 잘못하면 어쩌지, 하면서 선을 그어놓고 사람 대하는 거. 상처 받을 까봐 무서운 것도 있으니 허세를 떨기도 하고, 일에 빠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라고, 알아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그래요, 무섭거든요. 저 나름대로 자라오면서 당한 일이 있고, 살아가고 싶은 방향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무서워지는 방향이 있고. 그리고 지금은 그걸 좀 이기고 싶어진 것도 사실이기도 하고.
     
     사람 대할 때 대화말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거.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머릿속이 너무 엉클어져 있기는 해요. (...머릿속에 좀.....유혈이...좀...음...; 하아;) 상대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거, 그게 내 자신이... 많이 약하니까, 남들에게 파고들지 않고/못하는 만큼 나를 파고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 그게 문제의 근원이겠지요. 그만큼 강한 척 허세 떨고.

     그게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자라온 방향이라는 게, 무서워요. 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여자로 다가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아차 방심하면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법을 리셋해버리는 거예요. 관심 없는 분야로의 대화를 펼쳐나가는 게 쉽지 않아요. (듣는 건 잘 하는 편인데..허참;; 그 대화 물꼬를 틀기까지가 좀 어려워;;;)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어느 정도까지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해서 대화 물꼬를 틀고 나가는 방향을 이제껏 익혀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와서 고생하는 거겠지만...

     ...참 쟤들 불쌍하기도 하고;; 대화 방향을 보니 이해도 간달까. 어렵겠지, 어려워, 나도. 쉽지 않아.

     ...아아. 연애하고 싶다-!!!
     (일 따위... ....일 잘 할 게요, 연애도 할래요....>_<;;)

4.  네. 다다음주면 기말 고사예요.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연애도 할래요. 하고 싶어요.>_<;;;

5. ...다다음 주면 기말고사예요......................

2011.12.02
또 죽으러 가요. 시험따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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