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붓꽃. 파천로(破天路)


 봄이 훵하니 지나갔나 했는데, 그래도 꽃은 아직껏 제 계절에 피는 듯 하다. 진달래니 철쭉이니 영일홍이니 하는 것들이 죄 홱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그 뒤를 이어 찬찬히 하나 둘 꽃이 피어나 길가를 장식한다. 여름이라기에는 애매한 이 시기를 위로하려는 듯, 아직은 푸른 느티나무에 시선을 주지 말라는 듯. 꽃은 그래서 질시쟁이. 제 온 한 몸만 보라고, 녹빛 가득한 연못가에서도 제 몸 하나만 보라고 온 몸으로 노래를 하는 듯 하다. 분수도 연못의 수기도, 그 위에 보기 좋게 조경해 놓은 것도 죄 필요 없이 제 하나 보라고 노래한다. 밉지 않으니 그것이 꽃인가 싶다.

 학교 연못가에 누가 심자 했는지 모르겠더라. 아마 몹시 화려하면서도 몹시 단정한 이 아가씨를 좋아하는 누군가인가 싶다. 붓꽃은 천성 여자에 비유할 수 밖에 없는 꽃이지 싶다. 긴 생 머리 곱게 틀어올린 여인네. 물가 소복히 피어있어, 한동안 즐기다 왔다.

덧글

  • Frey 2008/05/07 21:09 #

    꽃이 참 예쁘네요. 학교 경치와 함께 보니 꼭 그림 속의 한 장면 같고요.. 아름다운 문장이 사진과 참 잘어울립니다^^
  • 我的雲 2008/05/07 23:57 #

    헤헤^^; 감사합니다. 100제 외에도 나중에 학교 풍경 좀 더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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