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만 필요할 때.


 머리를 새로 했다.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미용실에 드나든 횟수다. 1년에 1-2회라는 평균 수치를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아마 올해에 최소한 3 번은 더 미용실에 드나들 게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변하고 있고, 그런데도 변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면서 초조하게 이리저리 돈만 뿌려대는 느낌이다.

 어쨌든.

 머리를 새로 했다. 늘 긴 머리를 꼬던지 납작하게 눌려 펴던지 했지만, 이번에는 과감하게 어깨 위로 바짝 잘라버렸다. 어차피 여름이잖아. 파마한 머리를 싫어할지도 모르고, 스트레이트로 생머리 효과를 넣기에는 좀 답답하니까. 한 번 해 보지, 뭐. 하면서 반쯤은 걱정하면서. 어찌 되었든 결과는, 내가 보기에는, 그리고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보기에는 꽤 성공적이었던 모양이다. 하루 종일 머리 했네~ 오올~ 하는 감탄 속에 살았다. 쑥스러고, 반쯤은 의기양양해진 게 사실.

 자.

 다른 때에는 죽어도 못 마주치던 그와 하루 종일 세 번이나 마주쳤다. 그가 먼저 인사를 해왔다. 아뿔사,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담을 나눌 분위기가 아니다- 오늘따라 명분도 주어졌건만. 서글픈 이異학년이여, 그때는 어찌 나의 선배련가? 두 번째에는 눈인사만 나누고. 드디어 붙든 세 번째, 명분을 활용하면서 그의 한 마디를 기대했더란다.
 왜냐하면, 그날따라 만난 모든 사람이 한 마디씩 칭찬 겸 감탄을 해줬으니까. 어쩌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들조차 내 변화를 알아채고 감탄해줬으니까. 괜찮다고, 훨씬 좋다고 해줬으니까. 그러니까 그가 딱 한 마디 말 해주면 좋겠다, 라는 욕심.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를 위해 나를 바꿔가고 있는 거니까.

 내 용건을 들은 그는 당연하노라며 그냥 갈 길을 가버렸다.

 아, 젠장.

 역시 미용실 따위는 돈 낭비, 시간 낭비다. 어차피 머리카락이야 다시 자랄 것이며 미친 년 산발하듯 머리 헤집는 버릇도 어디 갈 것도 아니요, 맞바람 맞는 거 좋아하는 성격에 어디 제대로 차분한 분위기 풍기고 다녀봤자....

 어떻게 해봤자 그가 보아주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인데.

 하루 종일 백여명이 넘는 사람에게 들은 말 따위, 그의 한 마디 없음에 쓸모없어질 뿐. 귀찮기만 한 하루였다.

2009.06.10.
당신의 이름은 어쩌면 벽창호,
나의 이름은 짝사랑에 빠진 바보.

by 我的雲 | 2009/06/10 19:47 | 가끔은 특이한 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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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dens at 2009/06/10 19:54
이런데 링크 신고글을 남기는게 실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꿋꿋하게 링크 신고하고 갑니다.

P.S - 지나가던 행인이 보기에, 댓글을 남기기엔 위험한 글이로군요. (웃음)
Commented by 我的雲 at 2009/06/11 22:06
위험하지만 익명의 힘을 빌어..^^;

반갑습니다. 링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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