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감상] 고색 창연, 구수한 괴담의 작품들 -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자아. 오랜만의 스티븐 킹 단편이다! 드디어 번역되었다. Everything's Eventual!!!! -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난 스티븐 킹을 좋아한다. 그를 최고의 작가로 말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지향하고 싶은 곳에는 스티븐 킹이 있다(글도 그렇고 지갑 상황도 그렇고...^^;; 아니, 통장 상황이라 해야 하나.) 그렇지만 스티븐 킹의 단편들은 나에게 늘 접근하기 어려웠다. .... 음, 무엇보다 몇몇 작품들은 "스티븐 킹의 작품!"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그의 예전 단편들은 대부분 장편 데뷔 이전의 작품들이다. 그곳에는 스티븐 킹 특유의 선악에 대한 고찰이나 인간에 대한 고뇌보다는... 다소 공포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우연하게 악마들린 다림질 기계라던가 (인간을 그대로 다려버린다!), 무언가로 변해버린 알콜 중독자 아버지 (역겨운 괴물에게 술을 주어라!), 뗏목 아래 괴물이 있다(그러니 그냥 먹혀 죽자
♡), 어떻게 보면 평범한(?) 괴물 이야기. ( 물론 몇몇 "킹 소설" 다운 단편이 있기는 하다. 금연주식회사라던가, 서바이벌 (무인도에 갇혀 자기를 먹으며 살아남으려는 집념의 의사 이야기) 등등. )

 하지만 그것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아니라, 그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 괴물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런 선입견(!)을 지닌 채 보게 된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Everything's Eventual)"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이 노 작가의 이야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단편의 제한된 공간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기대가 컸다. 문학상까지 거머쥐게 된,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 펼쳐내는 이야기들은 과연...?

 그리고 짧게 감상을 종합하자면,

 1. 이것이 킹이다! (This is King!!!!!!)
 2. 맙소사, 머릿속에서 떨칠 수가 없어.
 3. 구수..한 걸?

  구수하다.
  젊은 시절부터 써내려간 장편들에서는 그런 분위기보다는 다소 날카로움이랄까, 열심히 써내려가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는데, 이번 단편집은 그런 장편들과는 또 약간 궤를 달리 한다. 이번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식 괴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가댁 갔을 때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주들 모아놓고 들려주는 전래 동화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그 분위기가 사실 무섭지는 않은데..... 읽었을 때에는 무섭지 않다.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 들으면 사촌들 사이에서는 에이, 난 안 무섭다 시시해~ 이래놓고는, 잠들려 누웠을 땐 두 눈 말똥말똥해져선 창 밖 바람소리에도 으헉, 귀신 소리 같어, 아까 이야기 들은 처녀 귀신 찾아온 거면 어떡해! 하는 그런 기분. 처음에는 웃고 넘어갔는데 밤이 깊어갈수록 어째선지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뚜렷한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서 맴돌고 떠나지 않는다.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 - 귀신 들린 호텔, 악마와의 조우 등등- 를 통해서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결코 으악 깜놀-! 할 정도로 참신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상도 하지, 사람 시선을 꼭 붙들고 그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어떤 재미를 느끼고 집중하게 되는 것. 이것이 킹이다 , 라고 말하고 싶다!  B.C.(Before Car accident) 이전의 킹 단편들에서는, 단순하면서도 참신한 상황의 공포가 눈에 들어왔다. 옥수수밭이라던가, 뗏목 아래, 무인도 상황 등등. 이제는 그런 '상황'보다는 좀 더 '인간' 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고뇌를 안고, 어떻게 행동하고 등등. 그 행동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노(련한)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잘 봤습니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뱀다리)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역시 "총알차 타기" ... 아놔; 이 이야기를 여기에 싣다니 반칙 아닌가; 하룻밤 유령과의 드라이브♡ 인데 그 속에서 주인공의 고뇌를 읽다보면..사람 미친다;; ...전부터 좋아하던 이야긴데 또 보니까..그래도 여전히 좋기는 좋더라. 종이보다 e-book으로 먼저 내놓는다고 난리를 쳤던 소설로도 또 한편 유명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이야기가 점점 기괴해지면서 강요되는 선택의 그 순간과 이후 주인공이 미칠 것 같던 그 고뇌의 순간들이 좋아 미치겠다.;;
  그 다음은 "검은 정장의 악마". 이게 오헨리 문학상을 킹에게 준 소설인데, 언뜻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인데.. 정말 구수하다! 그냥 전래동화를 좀 각색한 듯 철썩 입에 달라붙는 이야기 구조가, 킹 특유의 기괴함으로 빠져드는 (...아놔; 이러니 킹을 좋아하는 듯;;), 광기가 짙어지는 (..이래서 킹을 좋아하는;;) 분위기에 홀딱 빠졌다!!! 

렛츠리뷰

by 我的雲 | 2009/08/23 22:20 | 감상적 감상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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