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hday to me. 가끔은 특이한 날


 생일이 되었다. 사실 극도로 지쳤던 터라 (망할;; 체력이나 끈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젠 완전히 바닥을 친 느낌이다. 차라리 몸을 굴려서 피곤한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런저런 일로 신경을 갉아먹었더니 완전히 소진된 느낌.) 생일이라기보단 연휴가 반가웠다. 생일이라고 딱히 챙겨줄 사람이 곁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작년 같으면 오빠나 친구들이 와서 케익 사주고, 식사 하고, 생일 선물을 받는 행사를 가지기라도 했지만 올핸 어쩌다보니 정말 똑, 따로 혼자 있게 되었다.

 다행히 생일 전에는 딱히 고지하지 않았음에도 생각도 안한 친구들까지 전화해서 뭐 필요하냐고, 올라올 수 있냐고 물어봐서 조금 힘들 것 같다고 (갈 수는 있었겠지만 갔으면 지금 이 시각쯤 뻗었을 것 같다. 오늘 죙일 쉬었는데도 한 27% 충전된 느낌;) 이런저런 생일 선물만 택배로 받았다.

 그 외에는.. 막상 생일 당일이 되니 허전한 느낌이 이상할 정도로 든다. 하루 종일 아무와도 말하지 않았다. 멸망한 세상에서 홀로 남아,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왕이면 오늘 하루 종일 묵언수행도 좋겠지 싶다. 전화기 꺼져버려.

 일부러 보란듯이 자가 생일 축하 미역국도 만들고, 내심 든든한 점심 먹고, 케이크 먹으러 나가는 대신 더 달콤한 낮잠도 자고, 하지만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 하였으니, 누굴 원망할 것도 아닌 나를 돌아보면 될 일이지 싶다. 번잡한 인간 관계도, 겉치례적인 행동도 싫어하고, 내 일로 남에게 유난 떠는 것도 싫어하니 이 정도면 꽤 고요한 생일이지 싶다. 사회적인 시선 따위야 어쨌든 나 하나 몸가짐 챙기고, 내가 올바르고, 내 의지를 꺾이지 않도록 내내 수련해 왔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남들처럼 케이크 놓고 생일 노래에 맛있는 음식과 잔치를 일순 그리워한 것일까.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가졌으면 되는거고,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나, 많이 약해졌구나. 체력이 다했다고 정신력까지 흔들리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는 잘 쉬었다. 좀 더 쉴 수 있는 기간이라, 더 잘 되었다. 뭐 그거면 됐다 싶다. 

 트위터에서 어떤 분은 매일 매일 그 날에 있었던 역사적인 행사들을 비춰주시곤 하는데, 그게 가끔은 꽤 재미있다. 유명인사들의 생일도 올라오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볼때마다 '이 사람들이 태어날 때, 이렇게 될 걸 알았던 것도 아닌데 왜 생일을 올리시는 걸까? 이 날은 중요한 게 그것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살로 어떻게 죽었다, 어떤 업적의 사람이다..가 아닌 단순히 'xxx의 탄생일' 이라는 게 뭔 기념비인가 싶어서.

 그렇게 본다면 오늘 생일 따위가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죽을지, 어떻게 살다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지, 그 순간에 부끄럽지 않은가가 문제겠지. 자, 죽을 날을 대비하자. 하루 하루 열심히 살자. 그거면 되었다.

2013.03.01
자, 태어났으니 힘내렴.
...비록 조금은 외롭지만.

덧글

  • 2013/03/02 16:3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10 20: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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